[기획]수원시 저출생 해법 ‘일가(家)양득’ 실험…양육·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는 가족친화 정책 효과 주목

고기훈 기자

jamesmedia@daum.net | 2026-02-24 08:38:11

중소사업장 가족친화 근무 확산…일·가정 양립 지원
출생아 7,060명→증가세…출산·돌봄 정책 체감도 향상
시민·현장 “도움 실감”…공동체 돌봄 모델 확산 기대
지난 2월2일 수원시 2월의 만남 행사에서 ‘출생 친화 분위기 조성 유공 표창’을 받은 시민 6남매 엄마 이혜련씨(오른쪽 세 번째) 가족과 수원시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로컬세계 = 고기훈 기자]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로 지목되는 가운데 수원시가 일자리와 가족 돌봄을 함께 지원하는 ‘일가양득’ 정책으로 양육 부담 완화와 가족친화 문화 확산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 수원시는 저출생 대응을 위해 일자리와 가족 돌봄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양육 부담을 줄이고 가족친화적 직장·지역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출생아 증가와 시민 체감 변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저출생 장기화는 노동력 감소와 사회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이 강조되고 있다. 수원시는 단순 현금 지원을 넘어 일·가정 양립과 공동체 돌봄을 결합한 정책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3년 출생 통계. (자료=통계청)

현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 2일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2월의 만남’ 행사에서는 다자녀 가정이 유공 표창을 받았다. 6명의 자녀를 키우는 영통구 주민 이혜련씨(43)는 “늦게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지역사회 도움 덕분에 육아 부담이 줄었다”며 “생각보다 공동체의 지원이 크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다자녀 가족을 축하하며 출산과 양육을 응원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출생 지표도 변화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수원시 출생아 수는 2023년 6034명에서 2024년 6575명으로 8.9%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7060명으로 7.3% 더 늘었다. 합계출산율 역시 2023년 0.677명에서 2024년 0.732명으로 상승해 경기도 평균 증가폭을 웃돌았다. 물론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수원시의 대응은 양육 부담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시민 사회조사 결과 저출생 대책 우선 분야로 ‘아이 돌봄’이 지속적으로 지목된 만큼, 돌봄 환경 개선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기초지자체 최초로 도입한 ‘중소사업장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가 대표 사례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퇴근을 앞당긴 근로자에게 임금 손실분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49개 사업장에서 87명이 참여했다. 참여자 중 상당수가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는 점은 돌봄 공백 해소 필요성을 보여준다. 정책은 호응을 얻어 국가사업으로 확대됐다.

민관 협력 프로그램도 성과를 냈다. 수원시 여성자문위원회와 함께 운영한 ‘수육대(수원 육아하는 대디들)’ 프로젝트에는 100명의 아빠와 자녀가 참여했다. 요리·목공·독서 등 활동을 통해 아빠 육아 참여 문화를 확산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공유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육아가 부담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성장 과정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러한 시도는 가족친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기도 저출생 대응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수원시가 저출생 대응 프로젝트로 진행한 ‘수원 육아하는 대디들’에 참가한 가족들이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수원시는 정책을 한 단계 더 확장한다. 핵심은 ‘일가양득’ 사업이다. 중소사업장이 가족친화의 날을 운영하거나 돌봄·여가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장려금을 지급해 직장 문화를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가족친화 인증기업 우수사례 발굴과 직장교육도 병행해 기업 참여를 유도한다. 현장 노동계 관계자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야 청년층의 출산·육아 부담이 줄어든다”며 정책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돌봄 서비스도 강화된다. 초등 저학년 등하교 동행돌봄은 올해 수원 전역으로 확대된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 시간을 늘려 통학뿐 아니라 돌봄기관·교육기관 이동까지 지원한다. 공동체 구성원이 이웃을 돌보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연대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출산지원금 확대도 변화의 상징이다. 올해부터 첫째 자녀 출산 시 50만원을 신규 지급하고 둘째 자녀 지원금을 100만원으로 상향했다. 1월 이후 482명이 신청해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지원 대상 확대는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는 올해 7천여명 이상의 신생아 가정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저출생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일자리·돌봄·주거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정책 효과가 인구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재정 지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정책은 중앙정부 지원과 민간 협력이 병행될 때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 관계자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촘촘한 돌봄과 실효성 있는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가족친화 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 역시 “예전보다 돌봄 지원을 체감한다”는 반응과 “더 많은 지역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저출생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과제다. 수원의 ‘일가양득’ 실험은 일과 가족을 대립이 아닌 상생 관계로 보고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패는 정책의 지속성과 현장 체감도에 달려 있다. 지방정부의 작은 변화가 국가적 과제 해결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로컬세계 / 고기훈 기자 jamesmedia@daum.net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