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행정심판 제기기간, 권리구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 2026-07-13 11:48:20

[행정심판전문 김동근 행정사/법학박사]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여 일반음식점 영업정지처분을 받거나, 노래연습장에서 주류를 판매하거나 접객도우미를 알선하여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경우, 또는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은 경우 많은 사람들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행정심판을 청구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법률상 명백한 오해이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법률이 정한 제기기간 내에서만 권리구제가 가능하다. 아무리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법정 제기기간을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행정심판법은 취소심판의 제기기간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8조에 따르면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며,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을 경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두 기간은 서로 독립적으로 적용되므로 어느 하나라도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위 기간은 일반적인 소멸시효와 달리 권리 자체를 소멸시키는 제척기간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시효의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않는 불변기간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특별한 예외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구제의 기회 자체가 상실된다.

실무에서도 제기기간을 도과한 심판청구는 대부분 본안심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우선 심판청구가 적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하게 되는데, 제기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에는 심판청구를 각하하게 된다. 각하란 청구인의 주장이 이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 본안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재결을 의미한다. 결국 아무리 억울한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처분의 위법성이나 부당성을 판단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심판법에서 말하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과 '처분이 있은 날'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은 처분서의 송달이나 통지, 고지 등의 방법을 통하여 당사자가 해당 처분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한다. 반면 '처분이 있은 날'은 해당 행정처분이 법률상 효력을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역시 "행정심판법 제18조 제1항에서 정한 '처분이 있음을 안 날'이란 당사자가 통지·공고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당해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안 날을 의미하며, 단순히 추상적으로 알 수 있었던 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분을 기재한 서류가 당사자의 주소로 적법하게 송달되는 등 사회통념상 처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이 있음을 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누11535 판결).

다만 제기기간이 모든 경우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행정심판법은 예외적으로 천재지변, 전쟁, 사변 또는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90일의 제기기간 내에 심판청구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14일 이내(국외에서는 30일)에 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을 경과하였더라도 심판청구를 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는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단순히 법률을 몰랐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을 놓쳤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행정소송법상 '정당한 사유'는 민사소송법상의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나 행정심판법상의 '불가항력'보다는 넓은 개념이지만, 제소기간을 도과하게 된 경위와 지연의 정도, 당사자의 귀책사유,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연된 제소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누6521 판결).

한편 행정심판법 제18조 제7항은 이러한 제기기간의 제한이 모든 행정심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제기기간 규정은 행정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취소심판에 적용되며, 무효등확인심판이나 부작위의무이행심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유형의 행정심판을 제기하는지에 따라 제기기간의 적용 여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

행정심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행정심판청구서를 작성하여 재결청 또는 처분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청구서만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처분의 위법성 또는 부당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자료와 사실관계, 관련 법령, 정상참작사유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함께 제출하여야 한다. 실제 행정심판의 결과는 초기 단계에서 어떠한 자료를 얼마나 충실하게 준비하였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청소년 주류판매에 따른 영업정지처분, 노래연습장 주류판매 및 접객도우미 알선으로 인한 영업정지처분, 음주운전에 따른 운전면허취소처분은 대부분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분 직후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다가 제기기간을 도과하는 사례가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한다고 행정처분의 효력이 자연스럽게 소멸하거나 처분이 변경되는 일은 결코 없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권리구제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지고, 제기기간이 경과하는 순간 행정심판을 통한 구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결국 행정심판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여야 할 사항은 처분의 위법성이나 부당성이 아니라 제기기간의 준수 여부이다. 제기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타당한 주장과 충분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본안에 대한 판단조차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적법한 기간 내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충분한 사실관계와 입증자료를 갖추어 청구한다면 영업정지처분의 감경이나 운전면허취소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 등 실질적인 권리구제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행정처분은 결코 모든 것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법이 정한 절차와 제기기간을 준수하여야만 비로소 권리구제의 출발선에 설 수 있다. 행정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초기 대응이며, 제기기간의 준수야말로 권리구제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한다.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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