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사유의 흔적을 색과 공간으로 화면에 남긴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09-22 22:41:21
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만큼은 현실의 무게에서 조금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화면에 남겨진 여백과 흐릿한 공간,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형상들이 관람자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풍경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나는 그때 그림이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만나는 공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동양의 사유에서 말하는 ‘樂’은 단순한 즐거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가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며 느끼는 깊은 평안과 충만함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목적과 계산이 잠시 사라지고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붓과 나이프가 화면 위를 지나갈 때, 내가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자연의 흐름에 나 자신을 맡기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림은 계획된 결과물이 아니라 나와 자연, 빛과 공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대화가 된다.
그래서 나에게 아름다움은 한순간 눈을 즐겁게 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오래 바라볼수록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다시 바라볼 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작은 들꽃 하나, 멀리 번지는 푸른빛 하나,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서광 하나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삶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울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림을 통해 특별한 세계를 보여주기보다 우리가 이미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하고 싶다. 현실과 꿈, 자연과 인간, 외부의 풍경과 내면의 마음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결국 나의 작업은 풍경을 그리는 일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에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
나는 자연 속에 머물며 빛과 공기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유의 흔적을 색과 공간으로 화면에 남긴다.
어쩌면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풍경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서광을 발견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익숙한 삶 속에서 새로운 자유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색채공기원근법을 통해 오래도록 탐구하고 싶은 풍경이며, 내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 이훈정 프로필-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전공 졸업
-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수료
- 개인전 43회 개최(세종문화예술회관, 롯데갤러리, 문화일보갤러리 등)
-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및 &찾아가는 미술관& 전국순회전 참여(2001~2007)
- CTS 신앙·예술 다큐멘터리 및 &길(WAY)& 시리즈 방영(2004)
- 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전, World Korea 지상초대전, 조선일보미술관 초대전, 가고시마 문화교류전 등 참여
- 해외전 33회, 국내 전시 1,300여 회 출품
- 대한민국미술대전, 신미술대전, 세계평화미술대전, 호남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1996~2005)
- 예원예술대학교 회화과 객원교수 및 겸임교수(2003~2010)
- 국제미술레전드대상 초대전 최우수상 수상((사)한국언론사협회, 2026.3.19)
-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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