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폭염 속 광안리에 퍼진 보훈의 함성,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동부지부, 일상 속으로 스며든 ‘6·25 영웅 기억캠페인’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6-07-28 21:18:53

피서객 발길 붙잡은 시원한 생수 한 잔의 기적
사진전부터 '손지장 태극기'까지 시민 120명이 함께 만든 감동의 현장
"보훈은 6월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더위 뚫고 피어난 실천적 시민운동
세대를 잇는 역사적 울림 선사
지난 25일 부산 광안리 해변거리에서 열린 ‘6·25 참전유공자 기억 캠페인’에서 외국인 피서객들이 6·25 참전유공자의 사연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에 '참전영웅이 지킨 평화, 기록하고 기억하다'라고 적힌 홍보용 팻말이 눈길을 끈다. 이하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동부지부 제공

[로컬세계 부산 = 전상후 기자] 연일 펄펄 끓는 아스팔트와 타는 듯한 폭염이 피서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던 지난 25일 부산 광안리 해변거리에 뜻깊은 온기를 불어넣는 행사가 펼쳐졌다. 시원한 파도 소리가 가득해야 할 해변에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누구의 피와 땀 위에 세워졌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뜨거운 현장이 마련된 것이다.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동부지부(이하 부산동부지부)가 주관하고 수영구자원봉사센터의 협력으로 진행된 ‘슬기로운 여름생활-6·25 참전유공자 기억 캠페인’은 단순한 피서지 나눔을 넘어선 차원 높은 '실천적 보훈 운동'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 무더위를 녹인 시원한 생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영웅들의 기록’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찌는 듯한 더위 속, 16명의 봉사자들은 피서객과 시민들에게 시원한 생수와 아이스커피를 건네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이 나눔의 진짜 가치는 그 손길 끝에 담긴 역사적 기억에 있었다.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6·25 참전유공자 사진전은 단연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원봉사자들이 도슨트로 나서 참전용사들의 치열했던 생생한 사연을 설명했고, 부산동부지부가 그간 묵묵히 이어온 진정성 있는 보훈봉사활동 영상이 상영되면서 거리를 지나던 이들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은 현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손지장 태극기 만들기’ 이벤트는 시민들이 직접 손가락 도장을 찍어 하나의 거대한 태극기를 완성하며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얼음 속 영웅의 흔적을 찾아라’ 코너에서는 얼음 속에 숨겨진 영웅 배지를 찾는 이색체험을 통해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이 호기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감사 메시지 부스’에서는 참전용사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손글씨로 눌러 담는 카드 작성 행렬이 이어졌다.

25일 부산 광안리 해변거리에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손가락 도장을 찍어 태극기를 완성하는 ‘손지장 태극기 만들기’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는가 하면, 직접 메모한 감사 손메모장을 홍보판넬에 직접 붙이고 있다.

◆ 세대를 넘어 흐르는 감동… "오늘 마시는 얼음물의 무게를 알다“

이날 캠페인에 동참한 120여명의 시민들은 폭염 속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즐거움과 동시에, 잊고 살았던 역사의 무게를 가슴 깊이 새겼다.

행사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학도병들이 이 무더운 날씨에 교복을 입고 치열하게 싸웠다는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들으니, 지금 우리가 마시는 얼음물 한 잔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실감 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30대 피서객은 “보훈 행사는 당연히 6월에만 끝나는 줄 알았는데, 한여름 해변에서 이런 깊은 뜻을 마주할 줄 몰랐다”며 “신천지자원봉사단이 일회성이 아니라 평소에도 참전유공자 어르신들을 꾸준히 찾아뵙고 섬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정한 진심을 느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보훈은 일상이어야 한다… 실천으로 증명된 진정성

국가적 보훈의 달인 6월이 지났다고 해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향한 감사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이번 캠페인은, 행정 주도가 아닌 민간 차원의 자발적 시민운동이 얼마나 강력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증명해 냈다.

단순히 거리를 청소하거나 물품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현장감 있게 재현하고 부모와 자녀가 손을 잡고 역사의 의미를 계승하도록 만든 탁월한 기획력은 타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광안리의 뜨거운 태양 아래, 차가운 생수 한 잔과 뜨거운 감사 카드가 만나 만들어낸 이날의 풍경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보훈의 방향성을 묵직하게 제시하고 있다. 묵묵히 땀 흘리며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드높인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동부지부의 발걸음이, 앞으로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선한 영향력의 온기를 얼마나 더 넓게 퍼뜨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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