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 미국 무역정책에 따른 국제 무역 및 해외 투자 흐름과 변화를 최초로 분석한 ‘DHL 글로벌 연결성 지표’ 발표
마나미 기자
| 2025-10-20 20:29:57
-2025년 상반기, 팬데믹 회복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무역 성장세 기록
-관세 인상 여파로 북미 지역 무역 성장 전망 하향, 남미·중앙아메리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상향 조정
-미·중 간 교역 감소에도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양분 현상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로컬세계 = 마나미 기자] 세계적인 국제특송기업 DHL과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NYU Stern School of Business)이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후 급변하는 무역정책 속 국제 무역 및 해외 투자 흐름과 변화를 최초로 분석한 ‘DHL 글로벌 연결성 지표(Global Connectedness Tracker) 2025’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5개 이상의 출처에서 수집한 2,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화 및 국제 무역의 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또한 미국의 관세 수준이 193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국제 무역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 2029년까지 지난 10년과 유사한 국제 무역 성장세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9년 글로벌 무역량은 연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성장 속도와 유사한 수준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무역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상품 수입의 13%, 수출의 9%만이 미국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처럼 광범위한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존 피어슨(John Pearson) DHL 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DHL 글로벌 연결성 지표는 각종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계 무역의 회복력과 견고함을 보여준다. 무역 장벽은 결코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우리는 전 세계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거래하고자 하는 창의적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며, “DHL은 고객들이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열리는 수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 관세 인상에도 지속되는 글로벌 무역 성장세
미국의 관세 인상은 국제 무역 성장 속도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나 성장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2025년 1월 관세 인상 이전, 2025~2029년 전 세계 무역량은 연평균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2.5%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북미 지역은 2025년 1월 2.7%에서 9월 1.5%로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을 보였으며 다른 대부분의 지역은 소폭의 조정에 그쳤다.
반면, 남미·중앙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전망은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이는 해당 지역의 미국발 관세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중동의 석유 생산 및 수출 증가가 교역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2010년 이후 최고 무역 성장세를 기록한 2025년 상반기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제 무역은 팬데믹 회복기를 제외하고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앞서 수입업체들의 선구매 수요가 증가하며 물량이 급증했고, 중국은 미국 수출 감소분을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아프리카, 유럽연합(EU)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를 통해 완전히 상쇄했다. 미국의 선구매 현상이 진정된 이후에도 국제 무역량은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 여전히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기업
2025년 상반기 기업의 해외 투자 흐름은 지역별로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견고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자국으로 투자를 전환하는 뚜렷한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국경 간 인수합병(M&A) 거래 비중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2분기 소규모 거래나 신규 투자 일부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DHL세계화 이니셔티브 책임자 스티븐 알트만(Steven A. Altman)은 “2025년 현재까지의 무역 및 해외 투자 흐름은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라며, “정책적 위험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있다. 역사상 최장 거리에서 무역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정학적 갈등은 국제 무역의 극히 일부만을 재편했다. 기업들은 국가나 지역으로의 후퇴가 아닌 서로 연결된 세계 속에서 리스크와 기회를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정학적 블록 간 뚜렷한 분열 조짐은 없어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한 해로 기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경쟁 블록 간 세계 경제의 뚜렷한 분열 징조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간 직접적 교역이 약화되고 러시아는 서방 진영에서 상당 부분 단절되었지만 전반적으로 지정학적 진영에 따라 재편되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 지역화가 아닌 세계화 흐름 유지
또한 보고서는 국제 무역이 점점 더 지역화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거래 물품의 평균 이동 거리는 약 5,000km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주요 지역 내 교역 비중은 51%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린필드형 해외직접투자의 지역화 현상도 감소했으며 국제 인수합병 활동은 안정적인 지역화 수준을 유지했다.
▲ 역대 최고의 세계화 수준
보고서는 무역, 자본, 정보, 사람의 국제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한 세계화 수준을 0~100%로 측정했다. 0%는 국경 간 흐름이 전혀 없는 상태, 100%는 거리와 경계의 영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현 시점의 세계화 수준은 25%로 2022년 기록한 최고치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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