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자작나무의 예찬과 함께하는 삶의 지혜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5-10-16 18:54:58

이훈정 서양화가

산 중턱에서 마주하는 흰 자작나무의 아름다움은 눈부시도록 경이롭다.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껍질은 마치 실루엣처럼 아련한 우리의 인생 한 조각을 비추는 듯하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벗겨져 아픈 상처를 드러내지만, 그 상처 속에는 언젠가 새로운 생명이 돋아날 희망이 담겨 있다. 이 나무는 묵묵히 봄을 기다리며 우리에게 삶의 굳건한 지혜를 전해주는 듯하다.

자작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 아름다운 외형을 넘어 생태학적인 특성이 우리 어머니들의 헌신과 모성애를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니다. 아픔의 껍질을 스스로 벗겨내면서도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그 모습은, 나이프의 끝을 통해 회색과 검정을 수직면으로 캔버스에 담을 때마다 어느새 어머니의 모습으로 겹쳐지며 깊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접한 자작나무는 인간의 존재와 삶의 고난, 고통을 이겨낸 희망, 그리고 숭고한 모성애를 느끼게 해준다. 나무에 새겨진 작은 상처들이 옹이가 되어 더 큰 흔적으로 남아 있듯이, 자작나무의 역사는 과거를 증언하며 깊이를 더한다.

자작나무 예찬 53.0cm x 45.5cm oil on canvas 2025

나무와 사람의 인생은 이토록 닮아 있다. 깊고 오래된 자작나무의 상처를 마주할 때면, 우리는 가만히 그 나무와 대화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작나무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온갖 날씨 변화를 견뎌내고 성장했던 마음, 그리고 어린 시절 물 한 모금 얻기 위해 뛰어다녔던 그때의 시간들이 생생하게 다가와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공기원근법으로 그린 자작나무의 예찬 그림은, 멀리 있는 사물을 흐릿하게 표현하여 거리감과 공간감을 살리는 공기원근법(Aerial Perspective) 기법으로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푸른빛과 녹색이 어우러진 깊은 배경 속에서 돋보이는 흰 자작나무와 붉은 줄기의 소나무는, 생명의 숭고함과 자연의 위로를 동시에 전하며 우리의 예찬의 글에 깊은 채색과 품위를 더해주도록 하였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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