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나의 표현은 공기의 요동과 생명의 에너지를 포착하는 작업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04-02 20:32:56
나의 작품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충실히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공기원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화면 속 공간을 단계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전경의 나무와 풀잎은 비교적 선명하고 짙은 색조로 묘사되어 촉각적으로 다가오며, 중경으로 갈수록 색채의 대비는 점차 완화되고 형태의 윤곽은 부드럽게 표현하였다. 원경에 이르면 푸른 기운과 엷은 안개가 스며들 듯 겹쳐지며 사물의 경계가 흐릿해지는데, 이는 실제 대기 속에서 빛이 산란되는 현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공기원근법의 섬세한 운용은 단순한 시각적 깊이감을 넘어 정서적 깊이까지 확장한다. 관람자는 화면의 앞에서 시작해 숲길의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점차 사라질 듯 아득해지는 공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감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머무르고 사유하는 시간’으로 이어지며, 숲이라는 자연 공간이 지닌 고요함과 생명력을 체감하기 위함이다.
또한 빛의 농도와 색의 온도 변화는 작가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따뜻한 빛이 스며든 부분에서는 생동하는 생명력과 희망의 기운이 감지되고, 차분히 가라앉은 푸른 음영에서는 사색과 고독의 정서가 배어 나오도록 표현하였다. 이처럼 공간의 깊이는 곧 감정의 깊이로 전환되며, 물리적 거리감은 곧 심리적 여백으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결국 길WAY 작품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과 교감하는 감성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공기원근법은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직선의 도로를 타고 흐르는 거대한 공기의 요동과 생명의 에너지를 포착하는 작업이다. 나이프 끝에서 거칠게 밀려 나간 푸른 색면들은 형성된 층위적 공간을 한층 더, 자연의 생명력을 생생히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의 감정과 사유를 은은히 스며들게 하여 하나의 예술적 색채로 새롭게 형상화시킨 것이다.
내가 구현하는 채도 높은 전경의 색채들은 땅 위에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화합하는 생명들의 뜨거운 맥박이다. 작위와 무작위가 교차하는 화면 속에서 색채들은 서로 충돌하고 스며들며, 자연이 지닌 역동적인 질서를 새롭게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먼 곳을 흐릿하게 그리는 기법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 나를 온전히 내맡기는 능동적인 순응의 표현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하늘과 바다의 잔잔한 침묵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공명하고, 그 울림은 관람객의 감각을 두드려 새로운 생명의 리듬을 선사할 것을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그림으로 시작한다.
∎ 이훈정 프로필
-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전공 졸업
-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수료
- 개인전 43회 개최(세종문화예술회관, 롯데갤러리, 문화일보갤러리 등)
-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및 &찾아가는 미술관& 전국순회전 참여(2001~2007)
- CTS 신앙·예술 다큐멘터리 및 &길(WAY)& 시리즈 방영(2004)
- 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전, World Korea 지상초대전, 조선일보미술관 초대전, 가고시마 문화교류전 등 참여
- 해외전 33회, 국내 전시 1,300여 회 출품
- 대한민국미술대전, 신미술대전, 세계평화미술대전, 호남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1996~2005)
- 예원예술대학교 회화과 객원교수 및 겸임교수(2003~2010)
- 국제미술레전드대상 초대전 최우수상 수상((사)한국언론사협회, 2026.3.19)
-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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