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평등 언어 사전'…처녀작을 첫 작품으로
고은빈 기자
dmsqls2324@naver.com | 2018-06-29 16:28:55
[로컬세계 고은빈 기자]“나는 여씨가 아닙니다” “남자고등학교는 없는데 왜 여자고등학교만 있나요” “총각은 처녀작을 못 만드나요” “아빠는 유모차를 끌 수 없나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시 성평등주간(7월 1~7일)을 맞아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성차별 언어를 시민과 함께 개선하는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꾼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결과를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행된 이번 시민 참여 캠페인 기간 중 총 608건의 시민 의견이 제안됐다. 이 중 가장 많이 제안된 것은 직업앞에 여성을 나타내는 '여'자를 빼달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캠페인에 제안된 내용들을 국어 및 여성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 우선적으로 공유·확산해야 할 10건을 선정했다.
내용 중에는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는 것 ▲학교명 앞에 ‘여자’를 넣는 것 ▲여성의 대명사를 ‘그녀’로 표현하는 것 ▲처음 한다는 표현으로 ‘처녀’를 쓰는 등의 성차별적 언어 습관과 ▲미혼 ▲자궁 ▲몰래카메라 등의 성차별적 단어 등이 포함됐다.
전체 608건 중 100건으로 제일 많이 제안된 여직원, 여교수, 여의사, 여비서, 여군, 여경 등직업앞에 여(女)'자를 빼고 직원, 교수, 의사, 비서, 군인, 경찰 등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여자고등학교에만 붙은 ‘여자’를 빼고 ‘00 고등학교’라고 학교명을 붙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시민들이 두 번째로 많이 제안한 것은 일이나 행동 등을 처음 한다는 의미로 처녀작, 처녀비행 등 앞에 붙이는 ‘처녀’를 ‘첫’으로 바꾸자는 의견은 50건으로 집계됐다.
단어 속에 아이와 엄마라는 말이 들어가 엄마만 끌어야 할 것 같은 ‘유모차(乳母車)’를 유아 중심으로 표현하는 ‘유아차(乳兒車)’로 바꾸자는 시민 제안도 있었다.
이밖에 3인칭 대명사인 ‘그녀(女)’를 ‘그’로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저출산(低出産)’을 ‘저출생(低出生)’으로 ‘미혼(未婚)’을 ‘비혼(非婚)’으로 ‘자궁(子宮)’을 ‘포궁(胞宮)’으로 성범죄 등에 악용되고 있는 ‘몰래카메라’를 범죄임이 명확한 ‘불법촬영’으로 가해자 중심적 용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를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재단은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및 홍보물 등을 만들어 확산할 계획이다.
강경희 재단 대표이사는 “습관적으로 혹은 대체할 말이 없어서 성 차별적인 언어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이 제안한 성평등 언어가 서울시의 생활 속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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