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남원 ‘서부로’ 역사 품은 ‘황진장군로’로…도로명에 지역 정체성 입혔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05-11 16:09:43
‘육전의 명장’ 황진 장군 재조명…지역 역사성 강화
송흥록길 명예도로명 운영, 국악 도시 이미지 확장
주소정보시설 4만 개 일제조사…생활밀착형 행정 병행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도로 이름 하나가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바꾸기 시작했다. 남원시는 단순 행정 절차를 넘어, 역사와 문화를 도시 공간 속에 녹여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원시를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 ‘서부로’가 최근 ‘황진장군로’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 단순한 도로명 변경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도시 공간 안에 담아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새롭게 이름이 바뀐 황진장군로는 광치동 방자교차로에서 금지면 금곡교까지 이어지는 약 18㎞ 구간의 자동차전용도로다. 남원 시내 주요 교통축 역할을 하는 도로로, 10개 교차로를 통해 연결되며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공간이다. 남원시는 최근 도로명 변경과 함께 관련 도로표지판 교체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번 명칭 변경의 핵심은 ‘황진 장군’이라는 역사 인물을 도시 안으로 끌어냈다는 데 있다. 황진 장군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무장 가운데 한 명으로, 임진왜란 당시 뛰어난 전공을 세워 ‘해전에는 이순신, 육전에는 황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적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지역 차원의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남원시는 자동차전용도로 특성상 실제 주소 사용이 거의 없어 시민 불편이 적고, 외부 차량 통행량이 많아 지역 홍보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도로명 변경을 추진했다. 단순한 표지판 교체를 넘어 도시 브랜드와 지역 서사를 공간 속에 입히겠다는 의도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 자산화를 위해 역사·문화 요소를 공간 행정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실제 지역 인물을 중심으로 도시 주요 간선도로 명칭까지 변경한 사례는 흔치 않다. 남원시는 이번 도로명 개편을 통해 지역의 역사 자산을 시민 일상과 관광 동선 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시민들 사이에서도 “도로 이름만 봐도 남원의 역사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도 단순 지명이 아닌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남원시는 도로명 변경과 함께 주소행정 정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흥록길’ 명예도로명 부여다. 시는 지난해 송흥록 생가와 국악의 성지를 잇는 약 2.2㎞ 구간에 ‘송흥록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명예도로명은 실제 주소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지역의 문화적 상징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판소리의 시조이자 가왕으로 불리는 송흥록의 이름을 반영함으로써, 남원이 가진 국악 도시 이미지를 관광객들에게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생활과 밀접한 주소정보시설 정비도 이어진다. 남원시는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 등 약 4만 개 시설물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일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망실된 시설은 하반기 중 정비를 진행해 주소정보 정확성을 높이고 시민 안전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주소행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분야지만 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긴급 상황에서의 위치 확인, 택배·물류 서비스, 관광객 이동 편의 등 일상 속 활용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남원시는 이번 정비를 통해 단순 행정 관리 차원을 넘어 시민 체감형 도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로명 변경과 명예도로명 부여는 지역의 역사·문화를 도시 공간 안에 담아내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소행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시의 기억은 거창한 건물보다 매일 지나치는 이름 속에 더 오래 남는다. 남원시는 이번 도로명 개편을 통해 행정 표기를 넘어, 도시 공간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새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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