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로 맺은 400년 인연, 문화로 이어지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5-11-06 15:51:57

남원–히오키 민간 공예 교류…도자문화로 쌓은 우정, 사람 중심 외교로 확장 남원-히오키 공예문화 민간교류 협력, 400년 도자 인연으로 맺어진 문화 우정. 남원시 제공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전북 남원시와 일본 가고시마현 히오키시가 도자기를 매개로 한 400여 년의 역사적 인연을 문화 교류로 이어가며 민간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양 도시의 인연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남원 출신 도공 심당길의 후손인 심수관가(沈壽官家)로부터 비롯된다. 이 가문은 일본 전통 사쓰마 도자기의 명맥을 400년 넘게 이어온 명문 가문으로, 두 도시는 이를 계기로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왔다.

1998년 남원에서 열린 ‘심수관 400년 귀향제’를 시작으로 양 도시는 2008년 문화교류 우호협약을 체결했으며, 2011년에는 심수관가 12~15대의 작품 31점을 남원시에 기증받으며 교류의 폭을 넓혔다. 이어 2023년 8월에는 도자문화 교류와 상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도자문화를 매개로 한 지속적 교류 기반을 강화했다.

이후 교류는 도자뿐 아니라 공연·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2024년 춘향제에서는 히오키시 전통공연단이 무대를 선보였고, 남원시립농악단은 11월 히오키시 미야마크래프트위크(美山CRAFTWEEK)에 초청돼 남원농악의 흥과 멋을 알렸다.

남원시, 첫 민간 공예인 교류단 파견

남원시는 올해 11월 민간 공예인 6명으로 구성된 교류단을 처음으로 파견해 히오키시 미야마크래프트위크에 참여했다. 도예·옻칠목공예·전통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 참여한 이번 교류는 도자와 공예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 민간교류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교류단은 11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히오키시 일원에서 활동했다. 첫날에는 축제장을 둘러보며 일본형 공예축제의 운영 방식을 체험했고, 4일에는 심수관요(沈壽官窯)에서 도자기 그림 그리기 체험(에쯔케)과 15대 심수관과의 간담회, 나가야마 요시타카 히오키시장과의 회동 등을 통해 문화교류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전통 요리 체험과 시민 교류 만찬회를 통해 도자문화를 넘어 일상과 문화가 어우러진 민간 우정을 나누었다.

이튿날에는 사쓰마 도자기 제작과정을 견학하고, 지역 주민들과 오시즈시(전통 초밥)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으며, 일본의 대표 정원인 센간엔(仙巌園)을 방문해 사쓰마 문화와 전통미를 체감했다.

도자문화 교류, 민간외교의 모범으로

이번 남원–히오키 교류는 단순한 축제 참여를 넘어 ‘사람 중심의 문화외교’로 평가된다. 남원시 공예인들은 이번 방문을 통해 남원도자전시관 건립과 도자문화 진흥 정책 추진에 반영할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의 공예축제 운영 방식과 지역문화 활성화 사례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향후 남원 도자문화가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국제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남원과 히오키는 도자기로 맺어진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공예와 예술을 통한 교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400년 전 흙과 불로 이어졌던 인연이 현대의 공예 교류로 되살아나 남원 도자문화 진흥과 국제교류 활성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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