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3-31 15:25:56

                그리운 고향

                                              이승민

담장 밑 봉숭아 붉게 물들이던
그 하늘 아래 노을이 내려앉는다

굴뚝 연기 하얗게 피어오르던
고향 마을의 해는 늘 느리게 졌다

그곳에서는 하루가 느렸고
사람의 마음도 느려서
서로를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흙 묻은 손으로 쥐던 바람,
논길을 스치던 풀 향기

저녁밥 짓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와
골목 끝에서 날 부르시던 어머니의 목소리
그 소리 따라 뛰어가던 작은 발자국들이
아직도 거기 남아 있다

맨발로 뛰어놀던 흙길 위에는
까르르 웃음소리 아직 머물러 있고,

부엌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도마 소리는
가장 포근한 자장가였다

봄이면 흙은 늘 먼저 말을 걸어왔고
여름이면 바람이 등을 밀어주었다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까지도
아직 내 마음 어딘가에 산다

시간은 나를 멀리 데려왔지만
고향은 한 걸음도 떠나지 않아,
가만히 눈을 감으면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린다

오늘도 나는 그리운 길 하나를
마음에 품는다
마음 한쪽에 조용히 불을 밝히듯
고향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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