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도쿄서 에티오피아 지원을 위한 자선 음악회 열어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2-11-17 14:58:48
▲ 에티오피아 커피 세트. 커피의 원산지 에티오피아는 손님에게 커피를 볶고 빻아서 끓여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마시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면서 즐기는 것을 접대로 생각한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240여 년 전, 일본 군마현 츠마코이마을(嬬恋村)에 대참사가 벌어졌다. 1783년, 아사마산(浅間山) 대분화 사건으로 용암이 흘러내려 산촌 츠마코이 동네가 묻혀버리고 말았다.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주민 80%에 달하는 477명이 사망했다.
이 때 구마모토현(熊本県)은 이 산촌을 위해 약 10만 양(10万両, 현재의 금액으로 10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로부터 233년이 지난 2016년 4월 14일, 구마모토현에서 M 7.3의 대지진이 일어나 사상자 1100여 명(사망자는 41명)이 발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군마현의 츠마고이 동네 사람들은 “선조가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며 형편이 어려운 산마을 사람들이지만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전원이 정성 어린 성금을 모아 지원금을 보내주었다. 은혜를 잊지 않고 240여 년 만에 보답이었다.
▲ 에티오피아 여인들이 흥겹게 민속춤을 추고 있다. |
한국동란 당시 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6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달려와 숭고한 생명을 바쳐 풍전등화와 같았던 한국을 지켜주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10대 강국으로 발전했지만 에티오피아는 내전과 기근으로 한국동란과 같은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이런 시기에 도쿄에서 보은의 마음을 담아 에티오피아를 위한 자선콘서트를 하고 있는 민간단체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도쿄 신주쿠의 요츠야구민홀(四谷区民ホール)에서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에게 꿈을~’이라는 주제로 한·일·에티오피아우정회(회장 이용우)가 주최, 제3회 에티오피아를 위한 자선 음악회가 열려 3국의 따뜻한 우정과 문화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 성악가 이석란 씨가 에티오피아 국가를 노래하고 있다. |
츠지모토 아이(辻本 愛)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주일에티오피아 대사관 직원과 한·일·에티오피아우정회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순서로 에티오피아 국가(國歌)를 부르는 이석란(李錫蘭) 씨의 독창 무대로 막을 열었다.
이어 주최자 인사말, 에티오피아 대사 축사, 감사장 수여,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 에티오피아 민속무용 등의 순으로 1부 행사가 진행되었고
2부 공연에서는 카무라 유리에 ・에리카(嘉村ゆりえ、えりか) 자매의 피아노 연주, 성악가 미야시타 에리나(宮下 絵梨奈)의 독창, 연주 그룹 ‘일 수오노’(il Suono)의 플루트 바이올린 피아노 합주 등의 순으로 진행해 에티오피아 후원을 위한 뜻깊은 음악회가 되었다.
▲ 일·한·에티오피아우정회 이용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이용우 회장은 인사말에서 “에티오피아는 72년 전 한국동란이 벌어지자 멀리 아프리카 땅에서 6000여 젊은이들이 참전해 한국을 지켜주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오늘 한국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보은의 마음으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후손과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주고자 제3회 챠리티 콘서트를 개최하게 되었다.” 고 말했다.
▲ ‘테헤라 델베우 이맘’ 주일 에티오피아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테헤라 델베우 이맘’ 주일 에티오피아 대사는 축사를 통해 “먼저 한국 핼러윈 참사에 대해 에티오피아 정부와 에티오피아 국민을 대신하여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 숨진 분들의 명복과 부상당하신 분들 하루속히 건강이 회복되길 기원한다.” 며 애도를 표하고 말을 이었다.
이어 “일・한・에티오피아가 하나가 되어 한국동란 때 에티오피아의 평화 유지군 강뉴부대의 가족과 그 자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한다. 지금 에티오피아는 코로나 19, 국가 분쟁, 메뚜기와 가뭄 등으로 큰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에티오피아를 사랑하는 모임에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앞으로도 이 모임과 대사관이 서로 더욱 협조적인 노력으로 투자, 무역, 관광 등 국가의 번영을 실현하기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행사 후원자 김운천 '사랑의 나눔' 회장이 주일 에티오피아 대사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
일・한・에티오피아우정회는 에티오피아 문화에 관심이 있는 재일동포와 뜻을 같이하는 일본인들이 마음을 모아 2020년 12월 1일 결성됐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가족에 후원과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누구나 회원 가입이 가능하며 월 회비는 1000엔(약 1만원)이다.
참석자 마츠모토 유리 씨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은혜를 잊지 않는 보은의 마음을 담은 음악회라서 보통 음악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너무 감동하여 울뻔했다. 나도 회원이 되어 에티오피아를 위해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 피아니스트 카무라 유리에, 에리카 자매가 연주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한편,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자 유엔은 신속하게 안전보장 이사회를 소집해 유엔군 참전을 결정했고, 에티오피아 참전군 6038명이 1951년부터 1956년까지 5년간 최전선에 투입되어 전사자 121명 부상자 538명이 희생됐다.
한국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충돌하여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참극이었다. 모든 기반 시설이 파괴되었고 거리에는 부모 잃은 고아가 넘쳐났다. 하루하루 연명할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오늘날 우리가 10대 강국이 되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한국동란 때에 목숨 걸고 싸워주었던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던져버린 에티오피아 참전군인들, 현재 생존해 계시는 분은 100명 전후다. 이제 우리가 그 은혜를 갚을 때다. 그 나라를 위해, 그 영웅들을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 일본인 성악가 미야시타 에리나 씨가 '아름다운 나라'를 한국어로 노래하고 있다. |
▲ 연주 그룹 '일 수오노'가 플루트와 바이올린 피아노 합주를 하고 있다. |
▲ 출연자들이 행사를 마치고 에티오피아 대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행사를 마치고 이용우 회장과 출연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