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 연구팀 빛으로 정확하게...‘광유도 성대주입술’, 첫 대규모 근거 나왔다

마나미 기자

| 2026-09-10 15:05:25

-질환이나 수술로 한쪽 성대 마비되는 일측성 성대마비, 양쪽 성대 맞닿지 못해 목소리 쉬거나 약해져
-성대주입술, 마비된 성대에 충전물(필러) 주입해 성대 사이 틈 줄여... 양쪽 성대 다시 맞닿을 수 있게 돼
-기존 성대주입술, 점막 뚫지 않고 그 아래로 들어가 출혈 위험 낮지만 시술 중 바늘 끝 확인 어려워
-바늘 끝까지 빛 전달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 개발...내시경 화면에 나타난 빛으로 바늘 끝 위치 파악
-모든 시

[로컬세계 = 마나미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 연구팀(제1저자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이 한쪽 성대가 마비된 환자를 대상으로 빛을 이용해 목소리를 되살리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한 대규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좌),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우)

성대는 좌우 한 쌍으로 이뤄진 발성기관으로, 숨을 쉴 때는 양쪽 성대가 V자 모양으로 벌어지고 목소리를 낼 때는 가까이 붙는다. 그런데 갑상선·두경부암, 심장·경추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나 관련 수술로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되돌이후두신경 등이 손상되면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일측성 성대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성 시 마비된 성대가 반대편 성대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쉬거나 약해지고, 심하면 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맞닿지 않아 생기는 성대 사이의 틈은 마비된 성대에 히알루론산 등 충전물(필러)을 주입하는 ‘성대주입술’로 줄일 수 있다. 충전물로 성대의 부피를 늘려 틈을 줄임으로써 양쪽 성대가 다시 맞닿게 하는 원리다.

성대주입술에는 여러 접근법이 있는데, 코를 통한 내시경으로 성대를 관찰하면서 목의 얇은 막(윤상갑상막)을 통해 주삿바늘을 넣어 성대에 충전물을 주입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이 방식은 바늘이 성대 점막을 뚫지 않고 그 아래 경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점막에 상처가 나지 않아 출혈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술 중 바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성대주입술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충전물을 목표 지점에 정확히 주입해야 하는 만큼 바늘 끝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시경으로 점막을 비롯한 성대 표면은 관찰할 수 있어도 점막 아래로 들어간 바늘 끝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사진] 광유도 성대주입술 시행 과정. (A) 호흡 시 양쪽 성대가 벌어짐 (B) 발성 시 양쪽 성대가 맞닿지 않음 (C) 바늘 끝에서 나오는 빛이 내시경 화면에 나타남 (D)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위치함 (E) 충전물을 주입함 (F) 양쪽 성대가 제대로 맞닿게 됨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광원과 광섬유를 활용해 바늘 끝까지 빛을 전달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이 개발됐다. 바늘 끝에서 나오는 빛이 성대 점막을 투과해 내시경 화면에 나타나므로 의료진은 시술 중 바늘 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서 소규모 연구를 통해 이 시술의 안전성과 시행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나아가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고자 2020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 257명에게 시행한 378건의 시술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든 시술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했으며, 바늘이 성대 점막을 뚫거나 충전물이 표면에 잘못 주입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시술 중 합병증은 성대가 갑자기 닫히는 후두경련이 1건 있었으나 환자는 후유증 없이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4주간의 추적 관찰에서 출혈·감염·호흡곤란 등 심각한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초 주입에 걸린 평균 시술시간은 114.0±105.1초에 불과했다. 최초 주입만으로 성대의 부피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같은 시술 도중 충전물을 추가로 주입했는데, 이때 평균 시술시간은 80.6±77.7초로 최초 주입보다 짧았다. 연구팀은 최초 주입 때는 바늘이 불투명한 성대 조직을 통과하기 때문에 빛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추가 주입 때는 앞서 넣은 투명한 충전물을 통해 빛이 밝게 퍼지므로 바늘 끝을 목표 지점에 수월하게 위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시술 전후 데이터가 모두 확보된 180건에 대해 음성 지표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감을 평가하는 음성장애지수(VHI-10)는 시술 전 평균 34.3±8.1점에서 시술 4주 후 25.4±13.0점으로 낮아졌으며, 최대발성시간은 3.6±3.8초에서 6.9±5.6초로 늘었다. 이 밖에도 목소리의 불안정성과 잡음 정도를 나타내는 여러 수치가 유의하게 개선됐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늘 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충전물을 정확한 지점에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간 소규모로만 보고돼 온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임상 근거를 300건이 넘는 대규모 데이터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는 “앞으로 일측성 성대마비뿐 아니라 성대결절, 성대부종, 성대위축증 등 다양한 성대 질환에 광유도 성대주입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대주입술이 만능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성대주입술은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에게 우선 시행할 수 있는 유용한 치료법이지만, 회복 가능성이 낮거나 반복적인 주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후두신경재지배술과 같은 장기적인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이비인후과 분야 세계적 권위지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26년 9월호에 게재됐다. 뿐만 아니라, 2024년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AAO-HNSF) 연례학술대회에서 구연 발표로 채택되며 학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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