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리운전을 기다리다, 음주운전 그 처벌 및 구제방법은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 2026-05-06 14:08:35
대리운전을 기다리던 중 차량을 잠시 이동했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러한 유형은 일반적인 음주운전과 달리, 운전자 스스로도 억울함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운전자들이 “애초에 운전할 의사가 없었고, 대리운전을 이미 호출한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처벌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적 판단은 이러한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음주운전의 ‘의도’보다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즉,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기준을 초과한 상태에서 차량을 이동시켰다면, 그 이동 거리나 시간, 목적과 무관하게 음주운전은 성립하게 된다. “단 몇 미터에 불과했다”거나 “대리기사를 찾기 위한 불가피한 이동이었다”는 사정은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처벌 수위를 조정하는 참고 사유에 그칠 뿐이다.
실제 판례 역시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대리운전을 호출한 상태에서 기사를 기다리던 중 약 10미터 정도 차량을 이동한 운전자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에서, 재판부는 음주운전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히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기준을 초과했고, 과거 음주운전 전력까지 존재했다는 점은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양형 판단’이다. 재판부는 단순히 결과만이 아니라 그에 이르게 된 경위를 함께 살폈다. 운전 거리가 극히 짧았다는 점, 교통사고 등 추가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이미 대리운전을 호출해 둔 상태였다는 점, 그리고 이전 위반 이후 상당 기간이 경과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 이는 곧, 동일한 음주운전이라 하더라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많은 경우 당사자들은 단순히 “억울하다”거나 “선처를 부탁한다”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실제 판단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는 감정이 아닌 객관적 자료와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우선, 대리운전 호출 내역이나 통화 기록 등을 통해 애초에 직접 운전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량 이동 거리가 얼마나 짧았는지, 이동 장소가 교통 위험이 낮은 환경이었는지, 실제로 사고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나아가 과거 전력과의 시간적 간격, 이후의 준법 운전 여부, 운전이 생계와 직결되는 사정 등도 함께 제시돼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단순한 사정 호소만으로는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의 감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그 억울함을 얼마나 객관적인 자료로 구조화해 설명할 수 있는가’이다.
정리하자면, 대리운전을 기다리던 중 발생한 음주운전이라 하더라도 법적 책임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경위와 이후의 대응에 따라 결과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한 경우에만 현실적으로 반영된다.
로컬세계 /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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