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함과 요정들의 그림자가 가득한 숲속세계로 이끌려가다

한상길

upload01@naver.com | 2018-10-23 19:18:42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자작거리는 요정들의 은밀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자작나무숲.(사진=한상길 기자)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위치한 자작나무숲은 이 숲이 조성되기 전에는 소나무 숲이었으나 솔잎혹파리가 확산돼 벌채를 한 후 산림청이 1989년부터 1996년에 걸쳐 138ha의 면적에 70만그루의 자작나무를 조림하였다.

 

그 중 1992년 6ha규모의 조림지를 자작나무숲으로 조성하고 2012년에 숲속교실, 생태연못, 인디언 집과 탐방로를 설치해 ‘자작나무 명품숲’으로 지정, 개방하면서 2012년 10월에야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듬해에는 계곡부를 정비하고 생태탐방 데크를 설치하여 더욱 편리하고 풍성한 체험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방된 자작나무숲에는 약 5500여 본이 평균 가슴높이지름 14cm, 수고 10m로 잘 가꾸어져 있다. 산림청은 올해 이곳을 10월 추천 국유림 명품숲으로 선정하였다.

 

▲숲속교실 앞의 인디언 집 사이에 있는 공터의 모습.

 

시베리아 벌판이나 북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으로 인해 이곳은 국내관광사들의 사시사철 스테디셀러가 될 만큼 해를 거듭하면서 탐방객 수가 계속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34만 명이 방문한 대표적인 국유림 명품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작나무는 나무를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으로 기온이 낮은 북부지방의 깊은 산 양지쪽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줄기의 껍질은 거의 기름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썩지 않고 흰 종이처럼 벗겨지고 얇아서 글을 쓰거나 그림도 그릴 수 있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자작나무라고 알려졌고 경주 천마총 말 안장을 장식한 천마도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이다. 단단한 목질의 자작나무는 가구 재료로 적격이고 북유럽에서는 사우나를 할 때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 다발로 온몸을 두드려 혈액 순환이 좋게 하는 데도 이용된다.

 

▲원정임도의 모습.

 

숲의 입구에서 안내초소를 지나면 원대임도와 원정임도의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의 원대임도는 구불구불하며 오솔길과 같은 길로 완만하게 진행할 수 있으나 자작나무는 거의 볼 수는 없어 아쉬운 감이 있으나 연이어 이어지는 3코스부터 풍성한 자작나무의 군락을 만나게 되면서 그 보상을 톡톡히 받을 수 있다. 우측의 원정임도는 넓은 비포장의 임도로 초반부터 꾸준히 경사가 있는 길을 걸어야 하지만 간헐적으로 좌우의 자작나무 군락과 마주치면서 자작나무숲으로 진입할 수 있다.

 

자작나무숲의 탐방로는 7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자작나무코스(0.9km), 치유코스(1.5km), 탐험코스(1.2km), 위험코스(2.4km), 힐링코스(0.86km), 하드코스(2.24km), 숏코스(1.0km) 순으로 되어 있고 탐방 구간과 소요시간을 각기 달리한다.

 

▲이국적 색채에 신비함으로 가득한 자작나무숲의 모습.

 

탐방로에 들어서서 숲을 바라보니 뽀얀 몸매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군더더기 없이 하늘로 깔끔하게 치솟은 자작나무의 외모는 이국적 색채에 영혼까지 맑게 해준다. 또한 빼곡한 이들의 군락 속에는 뭔지 모를 신비함과 알 수 없는 자작거림이 들려오며 숲속세계 요정들의 그림자가 거미줄처럼 숨어 있는 듯해서 자신이 알게 모르게 자꾸 숲속으로 빨려드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자작나무의 꽃말처럼 자작나무들이 당신이 이곳에 오기를 부푼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렸다가 뒤늦은 만남이 반가워 은밀한 얘기를 주고받고자 숲으로 이끌고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늘을 꿰뚫을 듯이 수직으로 솟아오른 자작나무들.

자작나무숲은 무료로 개방되며 하절기(5.16~10.31)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2.16~1.31)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입산 시간은 각각 오후 3시, 오후 2시까지로 입장 종료 시간을 잘 확인해 두어야 숲을 찾아왔을 때 낭패를 보지 않는다.

봄철(02.01∼05.15)과 가을철(11.01∼12.15)에는 산불예방, 자연경관유지 및 그 밖에 산림보호를 위하여 입산이 통제된다.

 

▲눈부신 백색의 나신을 한껏 자랑하여 곧게 솟은 자작나무들의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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