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후안무치(厚顔無恥)-이 시점에 한마디만(Ⅲ)

마나미 기자

| 2024-02-27 11:11:03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옛 성현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간의 첫 번째 도리라고 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났으면 이웃에게 보답할 줄 아는 것이 그에 버금가는 도리라고 했다. 뛰어난 능력을 부여해 주신 신과 조상에게 감사하며 재능을 이웃과 나눠야 한다는 것은 어느 종교나 가문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설정된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선택받은 것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의사가 되었든 국회의원으로 선택을 받았거나 고위공직자나 그 이상의 지위를 부여받았다면, 뛰어난 능력으로 선택받은 사람 중 하나가 분명하니 백성들 앞에서 겸허하고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백성의 이익을 내 이익 앞에 두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재들이 백성들이야 곤경에 처하든 말든 나만 잘 살고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작금의 여러 가지 현상들이 존재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치인은 권력이 누구 손으로 가고 있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 그리로 쏠리는 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함으로, 권력의 향배를 파악하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민생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서로 상대를 헐뜯으며,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정당의 권력자에게 충성하기 위한 투사로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여야가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서로 과거의 일을 들춰가며 너희는 이렇게 했는데 우리가 이렇게 하면 안 되냐는 식의 논쟁을 한다. 마치 초등생이나 유치부 아이들 싸우는 것 같다.


문제는 그렇게 푸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 자체에 대한 잘잘못을 가려 둘 다 잘못됐는지 아니면 어느 하나만 잘못된 것인지를 가려야 한다. 너희들은 이렇게 큰 잘못을 해놓고 왜 작게 잘못한 우리만 나무라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들을 선택해준 백성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백성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차라리 둘 다 불쌍해 보이기만 한다.

연일 물가는 폭등하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직장인들은 월급만 빼고 다 올라서 생활하기 힘들다고 한다. 뉴스를 보면 부와 권력을 소유한 이들은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해 주려고 비리를 저지르고도 형벌은 가볍고, 사면도 쉽게 받아 상대적 박탈감은 상승한다. 당연히 행복 지수는 점점 더 하락한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하면서,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이 아이 낳으면 돈 몇 푼 주겠다고 한다. 당장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후손은 고사하고 결혼도 하기 싫은데, 돈 몇 푼 지원해 주면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백성 알기를 우습게 아는 꼴이다. 기왕 낳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는 안 주는 것보다야 주는 게 낫지만, 근본적으로는 백성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세상을 만들어 주면 낳지 말라고 해도 아이를 갖게 되어 출산율은 저절로 올라간다.

좋은 법 잘 만들어 행복한 세상 만들어 달랬더니, 권력에 눈이 멀어 여야 모두 공식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며 백성 무서운지 모르고 농락하는 우스꽝스러운 세상.

정치인의 가치는 행한 일을 평가해서 그 사람이 주체가 되어 평가받아야 하건만, 권력을 향하는 해바라기가 되어야 인정받는 불쌍한 세상.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 것인지 이권을 위해 정치한 것인지, 숱한 이권 개입에 얽매여 재판받는 일이 정치하는 일보다 많아 보이는 데도 당연한 듯이 행동하는 뻔뻔한 세상.
명품 가방이 주체가 되고 특검법은 거부되어 백성들의 판단마저 흐리게 하는 얄팍한 세상.
합당 선언 11일 만에 이별하며, 개혁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는 역시 물거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도, 서로 상대 탓만 하는 부끄러운 세상.
사람의 생명이 존중되지 못하고, 의사가 의료행위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들까 봐 환자 목숨을 담보로 내걸며 백성을 겁박하는 무서운 세상.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 서러워야 하건만, 너무 무섭고 억울하다 보니 서럽지도 않고,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후안무치라는 단어만 유난히 생각나는 세상이다.

그래도 매화는 피고 유채꽃은 향기를 풍기며 백성들을 보고 웃는다. 이 겨울이 가고 나면 반드시 봄이 올 거라는 암시였으면 좋겠다. 4월 총선에서 아무리 선택을 잘한다고 해도 봄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중 그래도 사람다운 사람을 선택한다면 봄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연이나 지연 모두 버리고, 사람을 고르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백성들의 몫이며 내일의 봄을 위한 준비일 것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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