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정권의 시간보다 동맹의 신뢰 회복이 먼저다”

마나미 기자

| 2026-10-19 11:05:58

-북·중·러의 전략적 결속이 강화되는 시점, 한미동맹의 신뢰가 우선이다
                     
             양창식 박사 한국핵안보언론포럼 운영위원(전 워싱턴타임즈 재단 이사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대한민국이 국가방위의 주도적 책임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과 그 시기의 적절성은 별개의 문제다.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이 걸린 군사 지휘체계의 변경은 특정 정부의 정치적 일정이나 성과가 아니라 동북아긴장하의 남북관계, 한미동맹의 상호 신뢰, 그리고 유사시 실질적인 전쟁 억제 능력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제기한 신중론은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지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안보 위협과 작전환경에 부합하는 군사적 능력과 평가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전작권 전환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실질적인 준비와 검증 없이 정치적 일정에 맞춰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미국측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최근 한미 간 일부 대북정보 공유 제한과 관련한 논란은 전작권 전환에 앞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감한 군사정보의 취급과 공개를 둘러싼 갈등이 정보협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현대전의 승패는 병력의 숫자나 강력한 무력만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첨단 위성정보와 감시·정찰체계, 통신망과 전자전 능력, 전략자산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교하게 통합 운용하느냐가 전쟁의 성패를 좌우한다. 미국은 이러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총합 군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칠흑같은 밤중에 주권국가의 심장부에 침입하여 아군 희생하나 없이 전광석화처럼 작전을 감행했던 마두로 체포나 하메네이 사살은 첨산시스템의 정교한 통합운용의 극명한 예시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 한미연합군사령관을 맡는 지휘구조는 이미 양국이 합의한 방향이다. 그러나 지휘권의 제도적 이전과 미국의 첨단 군사자산을 실질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었을 때 미국은 자국의 첨단 정보와 전략자산을 한국군의 작전 판단에 따라 충분하고 신속하게 지원할 것인가? 한국군 지휘관의 판단을 신뢰하고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흔쾌히 협력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제도적 보장이 없다면 전작권 전환은 실질적인 전투력의 강화가 아니라 지휘권의 형식적 변경에 따른 전력약화에 머물 위험이 오히려 크다.

우리는 과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갈등과 정상화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흔들린 군사정보 협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양국관계의 개선과 신뢰 회복이 필요했다. 제한적인 군사정보 협력에서도 신뢰가 그토록 중요했다면, 전쟁의 운명을 함께 책임지는 한미연합 지휘체계에서는 그 중요성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급변하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안보환경이다. 지난 15일 3km에 이르는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은 북중 간 교역과 물류의 확대를 통해 본격적인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다. 북한은 2024년 6월 러시아와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 사실상의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합의사항 4조에 의하면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1953년에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파병의 경우 "헌법상 절차"에 따르게 되어 있어 북러조약이 훨씬 강한 군사적 연대성격이다. 북한은 러시아와는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과는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는 양면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가 단일한 군사지휘체계를 갖춘 공식적인 삼각 군사동맹을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핵보유국 간 군사·경제·외교적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세력균형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독자적인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실효성은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와 긴밀한 군사·정보협력에 크게 좌우된다.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는 시점에 한미동맹의 신뢰가 약화된다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세력균형과 전쟁 억제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이를 한미동맹의 취약성으로 오판한다면 군사적 도발의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군의 주도권 확대가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군이 강해질수록 한미동맹도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전작권 전환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강조한 “군사적 조건과 능력의 검증”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누가 연합군사령관이 되느냐가 아니라, 미국의 첨단 정보자산과 전략전력, 핵 확장억제, 전시 증원전력이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과 얼마나 빈틈없이 연결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적 준비뿐 아니라 공동의 위협 인식과 확고한 정치적 신뢰가 필수적이다.

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를 특정 정권의 임기 안에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정치적 성과로 접근한다면 국가안보의 우선순위를 뒤바꾸는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북·중·러의 전략적 결속이 강화되고 한미 간 정보협력의 신뢰 문제가 제기되는 이 시점에 전작권 전환을 정권의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지금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전작권 전환의 시한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한미 간 정보협력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군사적 상호 신뢰를 복원하며, 미래 연합지휘체계의 실효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아니라 더욱 성숙시키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먼저이고, 군사적 검증이 그다음이며, 전환은 모든 조건이 충족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정권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국가안보의 책임은 영속적이다. 북·중·러의 전략적 결속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신뢰를 흔들면서까지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건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시간표에 맞춰 밀어붙이기보다 한미동맹의 신뢰 회복과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지키는 일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양창식 박사 한국핵안보언론포럼 운영위원(전 워싱턴타임즈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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