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기장보다 산업생태계…고양시, e스포츠를 미래 콘텐츠산업으로 키운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10-06 09:41:49

문체부 국비 5천만원 확보…2027~2031년 ‘고양형 e스포츠·게임산업’ 청사진 마련
경기장 건립은 수요·재정성 검증부터…공공시설 활용·민간 연계 등 대안 비교
킨텍스·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연계해 게임·콘텐츠·대회 산업 확장
기업·구단 유치부터 인재양성·창업지원까지 5년 단위 실행 로드맵 구축
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조감도. 고양시 제공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e스포츠가 단순한 경기 종목을 넘어 게임과 영상, 콘텐츠, 관광을 결합하는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접근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경기장을 먼저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산업 기반과 기업, 인재, 콘텐츠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고양특례시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e스포츠를 지역의 새로운 콘텐츠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에 들어간다. 시설 하나를 만드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기보다 e스포츠와 게임산업이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연구비 5000만원을 확보하고 시비 3000만원을 더해 총 8000만원 규모의 정책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연구 결과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할 ‘고양형 e스포츠·게임산업 5개년 기본계획’의 밑그림이 된다.

이번 계획이 주목되는 이유는 고양시가 e스포츠를 단일 행사나 시설사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지역 콘텐츠산업의 한 축으로 묶으려 한다는 점이다.

경기장 건립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먼저 ‘수요와 지속성’ 검증

고양시가 이번 연구에서 가장 신중하게 들여다보는 부분은 e스포츠 인프라다.

당초 확보된 국비는 e스포츠 전용 연습센터와 소규모 경기장 설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시는 시설 건립 여부를 먼저 결정하기보다 고양시에 실제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는지, 어떤 규모와 방식이 적합한지를 먼저 따져보기로 했다.

대형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세우지 않고 이용 수요와 건립비, 운영비, 재정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경기장을 짓더라도 누가 운영하고 어떤 콘텐츠를 채울 것인지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공공시설을 새로 만드는 방법만 보는 것도 아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소규모 경기장과 연습공간을 조성하는 방안, 민간시설과 협력하는 방식까지 여러 대안을 비교한다.

이는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면서도 대규모 시설 투자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의 핵심은 ‘경기장을 지을 것인가’보다 고양시의 여건에서 어떤 인프라가 실제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데 있다.

킨텍스와 콘텐츠 클러스터…‘게임을 산업으로’ 연결할 기반

고양시가 e스포츠 산업 육성을 검토하면서 주목하는 것은 기존 지역 인프라와의 결합이다.

고양시에는 대형 전시·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킨텍스가 있고, 일산서구 대화동에는 연면적 5198㎡ 규모의 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2028년 개관 예정인 이 시설은 웹툰과 방송영상, 게임 등 콘텐츠 지식재산의 창작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거점으로 추진되고 있다.

e스포츠와 게임산업을 별도의 영역으로 떼어놓지 않고 이 같은 콘텐츠 기반과 연결하면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예를 들어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면서 게임 콘텐츠 전시와 체험을 함께 운영하거나, 게임 IP를 활용한 영상·웹툰 등 2차 콘텐츠 제작으로 확장할 수 있다. 대규모 행사를 통해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지역의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고양시가 이번 기본계획에서 시설뿐 아니라 기업과 콘텐츠, 인재를 함께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회 유치에서 기업·인재 양성까지…산업 생태계 밑그림

고양형 e스포츠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사람과 기업이다.

시는 연구 과정에서 e스포츠 기업과 구단 유치, 국내외 대회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관련 창업 지원 등 분야별 정책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시민과 청소년을 비롯해 기업과 구단 등 현장의 의견도 정책 설계 과정에 반영한다.

특히 e스포츠가 지속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대회 몇 차례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수와 지도자, 기획·운영 인력, 콘텐츠 제작자 등 관련 분야의 인재가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업과 시장도 함께 형성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계획에서는 산업육성 비전과 정책목표를 설정한 뒤 분야별 추진전략과 연차별 실행사업을 구체화한다. 사업별 추진 주체와 예산, 선행 절차, 성과지표까지 담아 실제 행정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경기도 공모사업을 통한 국·도비 확보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민간기업이나 구단과의 협력 모델을 마련하고 민간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도 찾아 재정 부담을 낮추는 방안까지 살필 예정이다.

5년 계획의 성패는 ‘행사 횟수’보다 지역에 남는 구조

고양시는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에 착수해 약 8개월 동안 국내외 e스포츠·게임산업의 시장과 정책 동향을 분석한다. 동시에 고양시의 산업 기반과 입지, 인프라, 정책 수요를 조사해 지역에 맞는 사업을 추려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동안 고양시 e스포츠·게임산업 정책의 기준으로 활용하게 된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e스포츠는 경기를 넘어 게임과 콘텐츠, 미디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라며 “산업 여건과 실제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고양시에 적합한 e스포츠·게임산업 중장기 발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시가 그리는 그림은 결국 경기장 하나를 확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대회를 열고, 콘텐츠를 만들고, 기업이 참여하고, 인재가 성장하는 순환 구조를 지역 안에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번 5개년 계획이 선언적인 산업 육성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업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재정 투입에 따른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장 등 시설사업은 산업 활성화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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