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리아*

문수정 기자

sjblue@naver.com | 2026-10-12 0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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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리아*

문 수 정

가야 할 길을 알고 가는 걸까
무너진 학교와 병원을 지나
화약 냄새만 진동하는데
비상 지시등만 깜빡거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차들의 행렬
사이렌 소리를 뒤에 남기고
포로들처럼 끌려가는데
비상 지시등만 깜빡거리고

잠깐만요 길을 물어도 될까요?
신분증부터 보여주시죠
같은 난민이에요 
너머엔 무엇이 있는지 아세요?
대답 대신
비상 지시등만 깜빡거리고

생존만이 전부인 오늘에게
정착은 멀고 
불안과 초조만 가까운데
막막하고 
취약한데
비상 지시등만 깜빡거리고

로드 피플**
어제와 같은 오늘을 벗어나기 위해
길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사냥감이 되어
길을 또 가고 간다

비상구가 정말 있을까
우리들의 환승은 언제쯤 끝이 날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데
비상 지시등만 깜빡거리고,

*난민 캠프
**조어: 보트피플의 변형

문수정 기자 sj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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