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폭력 피해자, 학폭위 징계와 다른 실질적 처벌을 원한다면?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 2026-05-18 09:10:40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은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많은 경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가해 학생에게 보다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형사고소를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학폭위 절차와 형사절차는 그 성격과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운영되는 절차로, 출석정지, 전학, 생활기록부 기재 등 교육적·행정적 조치를 통해 학교 내 질서 회복과 학생 선도를 목적으로 한다. 반면 형사고소는 수사기관이 개입하여 특정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절차다. 즉, 두 제도는 병행될 수는 있지만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형사고소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는 가해 학생의 연령이다. 만 10세 미만은 형사책임은 물론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이른바 ‘촉법소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송치 후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반면 만 14세 이상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되어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전과기록이 남을 수 있다. 이처럼 연령에 따라 적용되는 법적 책임이 크게 달라지므로, 초기 단계에서 정확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실무상 자주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는, 학폭위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사실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해당 여부와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는 별개의 판단 영역이다. 예컨대 학폭위에서는 폭력행위로 인정되었더라도 형사법적으로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부족해 무혐의로 판단될 수 있으며, 반대로 학폭위 판단과 달리 형사상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형사고소를 고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형법상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형사절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다. 단순히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폭행, 협박, 모욕, 명예훼손 등 구체적인 범죄 유형에 맞는 입증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메신저 대화 내역, SNS 게시물, 녹취자료, 목격자 진술, 상해진단서 등은 핵심적인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형사절차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이후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민사절차에서도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므로,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겪는 심리적 부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사건 당시 상황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가해자 측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쌍방폭행을 주장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때 피해 학생의 진술이 일관성과 구체성을 유지하는지가 사건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사에 앞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예상되는 쟁점에 대한 대응 논리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형사고소는 단순히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피해 학생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사건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감정적인 대응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략적 접근’이다. 충분한 증거 확보와 법적 요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그리고 초기 단계에서의 적절한 대응이 사건의 결과를 좌우한다. 자녀의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 삶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컬세계 /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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