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에서 만난 사슴. 사진 이승민 특파원.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가을 등산길
                                                          이승민

도쿄의 뒷동산에 올라보고 싶어
다카오산(高尾山) 산길에 들어섰더니
신록이 먼저 알고 대문을 열고
낙엽은 상냥하게 양탄자를 깔아주네

하얀 뭉게구름 웃는 햇방울들이 청명하다
대나무 숲처럼 펼쳐진 삼나무 숲 굽이굽이 길에
시냇물소리 졸졸졸 청량도 하구나

남자 물새야, 여자 산새 소개시켜줄까
성난 제비들은 구름 속을 날고
딱따구리 한 마리 나무에 집을 짓는다

이끼 낀 돌길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산꽃들아
다카오산 8왕자 이야기 좀 들려주렴
야생화는 끝내 늑대가 우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가을바람 하나 달려와 동행하자 하네

산새들 노래하고 나비들 춤추는 언덕에 쉬어가자
색색으로 핀 산꽃들의 가을 이야기
문득 그리운 사람
가을꽃 아가씨여 온산을 물들여 꽃다발은 만들지 마오

고목나무 사잇길 뭉게구름 사잇길
산정에 올라보니
푸른 나무 물든 나무 서로 마주 보고 웃네

다정하게 어깨동무 형제산이 정겹다
저 멀리 후지산은 물동이 머리에 이고
아들들만 지켜보고 있네

이승민 로컬세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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