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서해의 숨은 보물섬 & 한국의 갈라파고스
한상길
upload01@naver.com | 2018-05-14 08:00:26
▲연평산에서 바라본 능선과 멀리 목기미해변의 모습.(사진=한상길 기자) |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굴업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하는 섬이다. 면적 1.710㎢, 해안선 길이는 13.9㎞이다. 이 섬은 최고봉인 덕물산(德物山, 122m)을 제외하면 높이 100m 이내의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편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고속 페리로 1시간 10분쯤 걸려 도착하는 곳이 덕적도이다. 여기서 덕적제도간을 운항하는 나래호로 환승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홀수일과 짝수일의 시간이 달리한다. 편도 총 소요시간은 짧게는 2시간 30분 길게는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조선 후기 김정호(金正浩)가 편찬한 ‘대동지지’ 덕적도진조에는 “굴압도는 사야곶 서쪽에 있다”고 는 기록돼 있다. 굴은 굴(屈)자와 오리 압(鴨)자로, 굴압도는 지형이 물위에 구부리고 떠있는 오리의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1910년경부터는 굴압도가 굴업도(屈業島)로 바뀌었다. 1914년에는 팔 굴(掘)자와 일 업(業)자를 써서 덕적면 굴업리(掘業里)가 됐다. 굴업(掘業)은 땅을 파는 일이 주업이라는 뜻으로 굴업도는 쟁기를 대고 갈만한 농지는 거의 없고 모두 괭이나 삽 등으로 파서 일구어야하기 때문에 굴업(掘業)이란 지명이 됐다.
▲굴업도 마을의 전경. |
굴업도는 섬 전체의 경관이 수려하다. 마을에서 남쪽에는 큰말 해수욕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개머리 모양을 닮아 ‘개머리언덕’이라 부르는 구릉이 남쪽 바다로 머리를 슬며시 내밀고 있다.
짖을 일 없어 꿀 먹은 벙어리인 개머리언덕은 완만하게 부드러운 곡선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초원만이 있을 뿐이고 여기에 희미하게 오솔길이 빛바랜 장식처럼 걸려있다.
▲평화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개머리언덕의 초원지대 모습. |
수평선의 단조로움과 이곳의 정적이 한데 어울려 무심함이 풍경 곳곳에 묻어난다. 이 섬이 백패킹의 천국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지대에는 텐트가 점박이 무늬처럼 여기저기 박혀있다.
▲텐트가 점점이 쳐져있는 개머리언덕의 초원지대. 밤에 천상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은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이 섬은 사슴 천국이다. 한때 주민들이 방목했던 꽃사슴들이 이젠 야생화돼 8가구에 20명인 현재 이곳의 주민의 수보다도 5배나 많은 100여 마리가 된다 하니 여기의 실질적인 주인은 사슴이다.
▲개머리언덕의 능선에서 사슴들이 풀을 뜯고 있다. |
이들의 배설물이 섬 전체에 뒤덮여 있다. 이 현상은 연평산이나 덕물산의 정상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의 피해로부터 대비하기 위해 주민들은 텃밭에도 그물막을 쳐서 체소를 재배한다.
▲사슴으로 인한 피해 방지 목적의 그물이 마을의 텃밭을 에워싸고 있다. |
마을에서 동북 방향의 목기미해변의 기시점과 종료점에 있는 해안 기슭 비탈에는 해풍과 모래의 조화로 생겨난 사구와 사빈 등이 있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불 수 없는 자연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목기미해변에서 볼 수 있는 해안 기슭의 모래사구와 사빈지대. |
목기미해변은 이 섬의 또 하나의 해수욕장이며 또한 연평산과 덕물산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한 낮은 구릉 모양의 모래사장인데 데 이곳을 중심으로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져 있어 서로 다른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해변을 건너면 능선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좌 연평산 우 덕물산이 자리한다. 이 산들은 그 자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이들 산의 정상에 각각 올라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전경과 해안선 그리고 해수욕장의 모습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연평산에서 바라본 덕물산의 전경과 해안선 그리고 해수욕장의 모습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
또한 개머리 언덕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지역과 토끼섬과 연결되는 본섬의 해안에는 해안절벽이 있다. 이들 지역을 걸어보면 스릴도 느낄 수 있고 용암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오묘한 색깔의 바위와 암석들을 보는 즐거움과 그 절경에 다시 탄성이 나온다.
▲토끼섬의 모습. |
▲토끼섬과의 연결부인 본섬의 해안절벽의 모습. |
한때는 방폐기장으로 거론되기도 했고, 지금은 기업의 레저개발 계획으로 인한 출입제한이라는 표지판이 마을 입구에 설치되어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섬 생활의 변화와 여행객들의 자유로움이 제한받을 것 같다.
하지만 ‘서해의 진주’ ‘서해의 보물섬’,‘백패킹의 천국’,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별칭이 붙은 이 섬이 지닌 매력은 변치 않을 것이므로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덕물산에서 바라보는 연평산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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