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칼럼> 합천에서 지리산을 보다

조원익 기자 wicknews1@naver.com | 2020-06-08 17: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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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날이 좋으면 광주 무등산(1186.8m)에서 지리산이 보인다. 멀리 반야봉, 천왕봉(1950m)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아득하다. 학창 시절에 그렇게 많이 올랐던 무등산이지만, 고작 한두 번 지리산을 바라볼 수 있었던 기억은 아련하다.


지난 5월 중순에 오른 합천 황매산(1108m)에서 뜻밖에 지리산 천왕봉을 보았다. 황매산 8부 능선에서 천왕봉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졌다. 날씨가 맑아 행운이라 생각했다.

 
부산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안내해 주신 권해호 교수님이 어쩌면 지리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지리산 천왕봉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의 한구석이 확 트인 것 같았다.


합천 여행은 몇 년 전부터 권 교수님의 초대가 있었는데 미루고 미루었다. 이번에 통일한국 재정정책 연구소 이사장 김정부 의원님(제16·17대 국회의원), 노치군 사무총장님과 함께했다. 우리는 합천 버스터미널에서 권 교수님을 만나 답사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우릴 맞이한 곳이 대야성이다. 신라와 백제가 치열하게 다투었던 대야성은 바로 합천읍 관문에 자리한다. 대야성을 뒤로하고 합천댐 방면 우측으로 돌면 왼쪽에 일해공원이 있다. 차창에서 보면 강가의 평범한 공원에 불과하지만, 뉴스에 자주 회자한 곳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리는 공원이라고 말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전 대통령의 고향이 합천이다.


승용차로 약 30분 달리다가 한우 전문집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육회의 맛이 싱싱하고 고기 질도 좋은 맛집이다. 다만 서투른 구이 솜씨 탓에 천천히 맛을 음미할 여유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황매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황매산은 약 800미터 정도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그곳은 옛날 목장 터로 지금은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억새밭 사이로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라고 표시판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약 30분 정도 오르면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저 너머로 멀리 지리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정신없이 휴대폰 셔터를 눌렀다. 누구보다 김 의원님이 좋아하신다.

 

▲모산재 입구 영암사지에 남아있는 쌍사자 석등과 5층석탑

 

황매산을 뒤로하고 모산재(767m) 입구를 향했다. 의외로 영암사지 터가 여독을 풀어준다. 건물이 없는 널따란 절터에는 탑과 쌍사자 석등이 있었다. 석등은 자손 번창과 인연이 깊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이 멈추고 있는 듯 깊은 감명을 준다.


합천호 근처 목욕탕에서 여독을 풀고 숙소인 관광농원으로 들렀다. 주인이 정성껏 차려놓은 여러 나물이 곁들인 오곡밥은 오묘하다. 별미로 내놓은 두부 요리가 특별했다.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부가 좋았다. 공기가 좋고 음식이 맛있어 잠을 푹 잤다. 차려 놓은 아침도 배불리 먹었다. 모두 김 의원님 덕택이다. 가격을 물어보니 1박 2식에 5만 원 정도다.


여행 둘째 날 남들이 가지 않는 전혀 다른 합천을 보았다. 권 교수님의 태어난 고향인데 합천호가 있는 곳이 대병면(大幷面)이란다. 크게 어울려 화합하는 고장이다.

 

이곳 대병면에서는 표고가 약 35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가 있다. 성리와 장단리가 그곳인데 살기 좋은 땅이다. 여름에도 더위를 느끼지 못한 곳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안동 권씨의 집성촌이다. 제실 앞 비석에는 금방 알 수 있는 명사들 이름이 보인다. 역시 살기 좋은 고장에서는 인물이 많이 나온다는 옛말은 틀림없다. 권 교수님도 한국에서 최초로 예산법률주의를 주창한 분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곳에서는 한 마을에서 준장, 소장, 중장, 대장의 장군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또한, 권 교수님의 죽마고우 모 재벌 회장님도 이 고장 출신이란다. 그 고원 마을에서 합천 방면으로 굽이굽이 내려가면 황계폭포가 위용을 감추며 계곡을 수놓고 있다.

 

▲합천 청와대 세트장, 실제 크기 68%로 내부에 들어가 대통령 집무실 등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음

 

돌아오는 길에 영화 촬영장도 들렀다. 이곳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거의 촬영된다. 종로, 광화문 등 해방 전후 서울 도심을 재현한 곳이다. 모형 청와대에서 잠시나마 대통령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즐길 수 있다. 이틀 동안 꿈같은 합천 여행을 마치며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


그동안 나에게 합천은 멀고 미지의 고장이었다. 전두환의 출생지로만 기억했던 곳이다. 그러나 합천댐 바로 옆에는 창의사(彰義祠)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신다. 이곳에서 집결한 의사들은 호남 의병과 함께 왜적을 물리쳤다. 호남으로 향한 왜군을 막고 조선의 곡창을 지켰다. 그때는 동서가 화합해서 나라를 구한 것이다.

 
끝으로 영호남이 서로를 더 알기 위해서는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차피 영호남은 지리산이라는 넓고 풍요로운 품에서 함께 상생한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어려운 지금 국내에도 의외로 여행하기 좋은 고장이 많다고 새삼 느껴진다.
조규상 여행칼럼니스트/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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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님 2020-06-11 17:01:14
깔끔한 산행기인가 했더니 영호남의 화합의 예찬의 글일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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